작성일 : 12-10-11 01:20
"응답하라. 희망, 무급, 해고자여”
 글쓴이 : 노동자
조회 : 219   추천 : 0  
[긴급투고]쌍용차 희망퇴직 삼형제의 비극에 붙임
2012년 10월 09일 (화) 고동민 <쌍용차지부> 재정부장

쌍용차 노동자 한 분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모든 일정을 뒤로 한 채 급하게 평택 중앙장례식장으로 향했다. 2012년 10월 8일, 쌍용차 노동자의 스물세번째 죽음이 생기고 만 것이다.
나는 그를 잘 모른다. 내가 쌍용차를 다닌 시간이 짧기도 하지만 수천명의 조합원들을 일일이 기억할 수는 없다. 순박한 얼굴의 55세 노동자를 영정사진으로 마주 하면서 내가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하는 생각으로 참을 수 없는 눈물만 흘렀다. 마주하는 슬픔은 늘 괴롭고 힘에 겹다.

희망퇴직 삼형제

이 55세의 쌍용차 노동자는 20대부터 20여년간 쌍용차를 다녔다. 공장을 다닐 때도 당뇨병이 있었다. 하지만 주위 분들 얘기를 들어보면 병으로 생활의 지장은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2009년 정리해고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들어가면서 모든 것은 급격하게 변해버렸다. 담당 팀장은 정리해고 명단에 있는 이 분에게 집요하게 희망퇴직을 종용했다. 결국 압박에 못 이겨 희망퇴직에 서명을 하고 말았다. 당시 나이 52세.

▲ 2009년 8월5일 오전 7시 51분,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조립 3,4팀 공장 옥상 점거에 성공한 경찰특공대가 한 조합원을 둘러 싼 후 삼단봉과 경찰봉 등으로 무차별 폭행하고 있다. <노동과 세계>

이 억울한 상황이 단지 자신의 것만은 아니었다. 큰 형과 동생 등 모두 삼형제가 쌍용차에 다녔는데, 큰 형은 2006년 상하이 자동차가 쌍용차를 인수할 때, 동생 역시 2009년 돌아가신 노동자와 함께 희망퇴직을 당했다. 쌍용차 삼형제가 ‘희망퇴직 삼형제’가 돼 버렸다.

2009년 이후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살기 위해 일자리를 알아봤지만 쌍용차 출신이라 취업이 어려웠다. 아들 한 명을 먹여 살리기 위해 비정규직 등 온갖 일들을 가리지 않고 했지만 60줄을 바라보는 나이에 안정적 생활은 쉬운 게 아니었다. 삶은 점점 바닥을 향해 떨어졌고 수입은 거의 없었다. 형제들까지 모두 희망퇴직으로 어려운 상황이니 주변의 도움을 받을 엄두도 나지 않았다. 결국 생활보호대상자가 되고 말았다. 건강은 점점 악화됐다. 얼마 전 평택 인근 병원에서 당뇨 합병증으로 발가락을 절단해야 했다. 2009년 희망퇴직 이후 3년만인 2012년 10월 10일, 55세의 이 한많은 노동자는 선산에 조용히 묻힌다.

무력감, 죽음. 그렇지만 살아야 한다

흔히들 쌍용차 해고자들이 복직해서 공장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얘기한다. 실제로 해고자들이 복직되더라도 희망퇴직자 등 2천여명에 대한 대책은 아무 것도 없다. 이런 죽음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한 생각이 든다. 이어지는 죽음을 보면서 무력감과 죄송스러운 마음을 막을 길 없다. 우리는 죽음을 막기 위해 계속 싸워 왔다. 개인적 바람은 쌍용차 출신 노동자들이 더 이상 안 돌아가셨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 2011년 2월28일 평택 쌍용차 공장에서 열린 고 임무창 조합원 노제에서 몸짓패 '선언'이 추모 공연을 하고 있다. 신동준

물론 쌍용차노동자 스물세명의 죽음의 책임은 이명박 정부와 쌍용차 자본에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지난 국회 청문회에서 밝혀졌듯, 쌍용차 자본은 경영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정치적 문제와 노동조합 무력화를 위해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정리해고, 구조조정으로 공장에서 떠밀렸던 사람들이 게으르거나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다. 쌍용차 노동자들이 잘못 했거나 틀려서 어려운 지경에 이른 것이 아니다. 쌍용차지부는 여러 연대 단위들과 함께 이 진실을 규명하고 원상 회복을 위해 싸우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싸울 것이다.

알길 없는 2천여명 쌍용차동지들, 찾아와 달라

조합원들에게 대한 큰 책임이 노조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현재 쌍용차지부에서 파악할 수 있는 조합원들은 6백여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2천여명의 희망퇴직자, 무급휴직자, 정리해고자들은 연락처와 주소 등이 파악되지 않고 있다. 어디서 이런 죽음이 다시 생길지 알 수 없다.

이런 죽음을 막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열심히 싸우는 것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에서 쌍용차지부는 연대단체들, 지지자들과 함께 평택에 <와락>을 만들면서 공장을 나간 조합원들과 가족에 대한 지원 사업을 해 왔다. 사실 <와락>이 많은 금전, 물질적 지원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모이면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만나서 얘기하고, 서로 이야기를 듣기 시작하면 문제들이 조금씩 풀릴 수 있다. 더구나 많은 사람들이 쌍용차 문제에 관심이 있으며 지지하고 있다.

▲ 5월19일 열린 '살인정권 규탄, 정리해고 철폐, 쌍용차 해고자 복직 범국민대회'에서 금속노동자들이 쌍용차 희생자를 상징하는 상여를 들고 서울 도심에서 행진하고 있다. 김상민

쌍용차 2천여명의 희망퇴직직자, 무급휴직자, 정리해고자들이 이런 조그만한 것들을 통해 삶에 대한 의미를 함께 만들었으면 좋겠다. 삶은 같이 살아가는 것이다. 그분들 입장에서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열심히 싸우고 상처입은 마음들을 보듬고 싶다. 우리에게 찾아와 달라.

정리해고·비정규직 없애는 정치파업도 해야

2009년 쌍용차 투쟁은 이명박 정권의 ‘노동자 죽이기’ 시범사례에 맞선 것이 분명하다. 많은 사람들이 쌍용차를 희생양 혹은 마루타라고 한다. 금속노조 현장에서 “쌍용차처럼 투쟁해봤자 어차피 공권력과 회사에 판판이 깨지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를 많이 하고 있다. 그러나 뒤집어 보면 쌍용차노동자들이 구조조정을 분쇄하고 민주노조를 방어하기 위해 처절하게 싸웠고, 그 효과로 구조조정의 끔찍한 현실을 알려냈다. 쌍용차 투쟁으로 많은 기업들에서 쉽게 구조조정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내 직장, 내 일터에서 구조조정을 막는 것은 결국 투쟁 밖에 없다.

▲ 9월21일 국회 앞에서 열린 '쌍용차 국정조사 실시, 용역폭력 분쇄 제3차 범국민대회'에 참여한 노동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신동준

금속노조에 많은 투쟁 사업장들이 있다. 사회적으로 쌍용차만 널리 부각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그렇지만 함께 싸웠으면 좋겠다. 함께 싸우는 것만이 유일한 대안이다. 나아가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사회를 위해 금속노조가 정치파업을 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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